다들 신나있는 것 같지만 난 나가지도 못하고 방에 박혀서 시험공부 핑계로 누워있다.

어제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하..

어제 학교에서 몸무게를 쟀는데 한국에 있을 때보다 5kg이나 쪄서 충격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미국 음식도 음식이지만 알래스카이다보니 추워서 움직이지 않은 탓인 것 같다.

학교갈 때 스쿨버스 타고 학교에선 P.E class가 있긴 하지만 weight training 이라 나랑은 잘 맞지도 않고 수업이동하면서 걷고 스쿨버스 내려서 걷는게 하루 활동량의 전부이다... 

그래서 살찐 걸 확인하고 충격먹어서 집에 와서 좀 걸어야지 생각을 했다.

집에와서 좀 쉬다가 집 마당만 계속 걷고 있었다.

30분쯤 빙글빙글 돌다가 코너를 꺾는데 아............무언가 두 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뭔가 크고.... 위협적인 게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놀래서 들고 있던 걸 떨어뜨리고 대문을 열었다. 문 가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정말 말은 들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집 마당에서 무스를 만나다니..하. 

그냥 서있어도 워낙 크고 그러니까 충분히 놀랐을 텐데 나를 향해 달려왔었다. 

놀라서 집에 들어가서 우는데 '무스 봤다고? 울 필요 없어 무스는 너 공격안해' 이러시더니 티비만 보시는 거였다. 난 옆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무서움에 울면서 떨고 있는데 신경도 안쓰시고 계속 티비만 보셨다. 정말 서운했다. 며칠전에도 서운한일이 있었는데 티도 안냈는데 이번엔 정말 서운했다.

전혀 여기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너무 서러워서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고 한국에 있을 땐 무뚝뚝했던 오빤데 전화로 걱정하고 서툴지만 달래주는 모습에 펑펑 울었다. 

그리고 난 앓아 누웠다. 충격으로 두통이 오는지 계속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웠다.

밤에는 불도 못끄고 잠도 못잤다.

집에서 멀리 나간 것도 아니고 집 앞에서 맘대로 걷지도 못한다는 사실이 정말 싫다. 

왜 내가 고 3 앞두고 미국까지 와서 추위에 떨고 어둠 때문에 두려워하고 야생동물 때문에 겁에 질린 채 살아야 하는지...

아침에 일어났는데 전날 너무 울어서 눈도 안떠지고 머리도 계속 아프고 어제 일때문에 마음이 계속 불안해서 도저히 학교에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할머니한테 말 했더니 학교에 아프다고 전화하겠다고 하셨고 방에 갔는데 할머니가 계속 쌀쌀맞았다. 어제부터 그런 것 같았다. 근데 할머니가 말 하기를 

"아픈거냐 아님 그냥 무스 때문에 그러냐. 나도 너때문에 기분 안좋다. 니가 학교가서 누군가한테 내가 너한테 나쁘게 하고 빨래도 잘안해준다고 흉봤다면서? 난 너한테 화났어." 

난 정말 벙졌다. 그래서 무슨 말이냐고 그 누가 누구냐고 물었는데 나한테 말 안해줄 거라고 내 주위 친구들 가족 중에 너네 학교 다니는 애들 많다고 그랬다.

진짜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많던 적던 난 그런 얘기를 입밖에 낸 적도 학교에서 할머니를 언급한적조차 없는데 더군다나 빨래라니? 빨래는 정말 자주 해준다고 생각하고 있엇는데 할머니가 제대로 말도 안해주고 화만 내서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안그래도 머리 아픈데 지금 당장 물어보고 그러면 더 아플 것 같아서 일단 침대에 누워서 잤다.

그리고 점심 쯤 다되서 다시 할머니가 그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내가 그런적 절대 없다고 하니까

자긴 그렇게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니라고 그랬더니 확실하냐고 그랬다. 

그래서 내가 맹세한다고 그랬더니 "알았어 믿을께 "하고 가셨는데 전혀 믿는 것 같아 보이지가 않았다.

평소에 앞에서 얘기했으면 했지 남 얘기 뒤에 가서 하는 성격도 아니고, 제일 친한 친구가 솔직히 말해보라고 할머니랑 사는 거 좋냐고 물어봤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응 좋아~ 하고 말했었는데 내가 정말 그런 말을 했거나 아님 비슷한 말이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을 것 같다. 

할머니가 코디한테 전화해서 무스 보고 운거랑 아픈거 설명했다는데 코디는 나 바꿔달란 소리도 않고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끝났다. 문화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까 이 사람들은 무스를 보고 곰을 봤다는게 아무렇지 않은가보다. 그래도 자기들도 문화교류 명목으로 일하고 있으면서 내가 지내던 한국 환경 같은 거는 하나도 생각안해주고 무조건적으로 자기네 환경에 적응시키려하고 이렇게 신경도 안써주니 정말.....아오.. 듣기로는 그저 우리 로컬코디는 다음주에 있는 ciee미팅때문에 아~주 들떠 있는 것 같다^^ 코디도 못미더운 상황에서 난 누굴 믿고 미국에서 8개월을 더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 

하루종일 기분이 정말 개떡같았다. 어제밤부터 인터넷도 끊겨있었는데 아무래도 할머니가 일부러 나 사용못하게 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카톡을 계속 확인 못하고 있었는데 오후에 뒤늦게 확인해보니까 교회집사님이 집앞에 왔다며 나오라고 보낸 카톡을 그제서야 확인했다. 연락드렸더니 집에 찾아가도 아무도 대답안하고 연락도 안되서 걱정하셨다고 했다. 무스봐서 놀란 마음 진정하라고 하시면서 아침에 잡채해서 나 주려고 우리집앞에 왔었는데 대답 없어서 그냥 집앞에 두고 오셨다고 했다. 확인해봤더니 정말 잡채가 있었다ㅠㅠ 미국까지와서 잡채 먹는 애는 나밖에 없을 것 같다. 집사님한테 연락을 받은 목사님도 나한테 전화를 하셨고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셨다. 빨리 주일되서 교회에 가고 싶다.... 그래도 이렇게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인 것 같다. 

친구랑 같이 저녁에 trick or treat 가기로 했는데..한복 입으려고 했는데 나의 미국에서 첫 할로윈이 이렇게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