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 정규수업시간에 합창 과목을 듣는다. 예체능 과목으로 합창, 디자인을 신청했는데, 나는 합창시간을 더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노래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선생님이 더 재미있으셔서 이 시간이 더 좋다. 나는 1st 베이스로 들어갔는데, 처음엔 노래 부르기가 좀 힘들었다. 음정을 못 맞추어서가 아니라, 영어 발음이 어려워서 힘들었다. 영어로 된 가사와 음을 동시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가사가 익숙해지기 전까진 제대로 부르기도 힘들다. ^^; 익숙해지더라도 노래의 뜻은 모르고 그냥 따라 부르는 수준이다.

  뭐 어쨌든, 그런대로 따라는 간다. 학교 첫날부터 시작해서 3곡을 한 달 정도 연습하고 2월 12일 목요일 날 학교 내에서 작은 콘서트를 열었다. 그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 합창 공연을 할 때는 항상 정장 차림으로 하기 때문에, 양복에 넥타이 까지 착용해야 한다. 구두끈을 조이고, 머리를 다듬고, 다시 학교로 갔다.

  실제 공연은 중학교(7~8학년)와 고등학교(9~12학년) 합창부로 나뉘어서 각각 다른 곡을 불렀고, 그 중에서 목소리가 좋은 일부 아이들은 ’Ensemble‘ 이라고 해서 한 두곡씩 더 불렀다. 나는 그냥 마지막 3곡에만 참여하였다. 내가 부른 곡은 ‘If Music be the Food of Love', 'Come to the Music', 'He Never Failed Me Yet' 이렇게 세 곡이다. 기독교 학교이다 보니 뒤에 두 곡은 조금 종교적 성향이 있는 곡이다. 여동생 Andrea는 8학년인데, Ensemble에도 속해있었다. 약 10곡을 불렀는데,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몇 군데에서 불협화음이 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이렇게 내 생애 처음으로 근사한 합창 공연을 했다. 그것도 영어로...

  공연이 있은 뒤, 4월 2일 날에는 미주리 주 고등학교 합창 경연대회 같은 것을 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MSHSAA에서 주최하는 대회였고, 고등학교 합창 부들의 실력을 평가하려는 목적이다. 각 학교는 준비된 2곡을 무대에서 부르고, 그 후 작은 방으로 가서 무작위로 선정된 노래 하나를 즉석해서 부르게 된다. 우리학교는 앞에서 말한 세 곡 중 앞의 두 곡을 불렀다. 거의 2달 가까이 부족한 부분을 교정하고, 많은 연습을 했기에 지난 번 보다 더 잘 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미있었고, 그 날 우리학교가 1등급을 받아서 더 좋았다. 작년부터 이 대회에 참여한 우리 학교는 2년 연속 1등급을 받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사실 이 날에는 잊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학교 끝나고 바로 대회장으로 가는 거라 입을 옷을 다 싸가야 했는데, 넥타이와 구두를 집에 놓고 간 것이다. 선생님한테 말씀 드리기가 무서워서, 처음엔 친구들한테 물어보고, Percell 선생님께도 여쭤 봤지만 끝내 구하지 못했다. 결국 처음으로 학교 전화기를 빌려서 Heidi한테 전화를 했지만, 일이 있으셔서 가져다주실 수 없었다. 다행히 엄마가 학교에 메일을 보내 합창반 선생님께 알리셨고, 선생님이 어딘가에서 넥타이를 하나 구해다 주셨다. 다행히 내 운동화가 검정색이고, 내가 무대에서 두 번째 줄이라 구두는 어느 정도 커버가 되었다. 그냥 직접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라면 더 쉬웠을 뻔 했다...;
  이런 식으로 미국에서는 중, 고등학교 때부터 특별 활동들을 많이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음악회나 연극, 뮤지컬 따위이다. 나는 그냥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합창과목을 신청했는데, 이런 뜻 깊은 경험들도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미국에 와서 노래나 연극 등을 하면서 특기도 개발하고,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많이 만들어보길 바란다.    
- Apr12,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