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문화 체험

  2009년 4월 12일, 주일은 부활절(Easter)이였다. 한국에서는 부활절이 되어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 말고는 특별한 일이 없기 때문에, 이를 모르고 지나가는 이들도 많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미국에서는 부활절에 특별한 행사가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이 날은 즐거운 날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더욱 그렇다. 또한 부활절 전 금요일을 성 금요일(Good Friday)이라고 해서, 예수님의 죽으심을 기념하는 날이 있다. 물론 이 날이 법정 휴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학교가 쉬는 날이어서, 나는 여유롭게 미국 부활절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 3일간 있었던 일을 적어보려 한다.

  금요일은 밖에 나가서 가족들과 쇼핑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부활절에 아이들 선물을 사느라 초콜릿 코너는 아주 붐볐다. 미리 설명을 좀 하자면, 부활절에는 Easter Bunny라는 상징적인 토끼가 있다. 이 상상의 토끼가 부활절 전날 밤에 아이들에게 선물이 든 바구니를 주고 간다. 뭐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랑 비슷한 개념이다. 원래 바구니 안에는 달걀이 들어있는 거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초콜릿을 그냥 담겨 있거나, 플라스틱으로 된 달걀 속에 넣어서 많이들 선물한다. 그래서 부활절이 가까워오면, 마트에서는 초콜릿 코너가 늘어나고, 사람도 많아진다.

  토요일에는 마을에서 Easter Bunny 행사가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이날 오전에 큰 공원(알고 보니, 옛날 이 근방 땅을 소유하고 있었던 영주의 마당이었다)에 모여서 행사를 했는데, 이것은 꼬마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미국 문화를 체험해 보고자, 가족들과 같이 갔다. 이날 아침에는, 어른들이 미리 모여서 풀밭 이곳저곳에 선물이 든 플라스틱 계란을 흩트려 놓는데, 아이들에게는 Bunny가 와서 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나면, 동시에 많은 아이들이 바구니를 들고 계란을 모으는 행사이다. 비밀을 지키라고 했지만 몰래 말하면, 내 동생 Nicole이 Bunny역할을 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고, 의자에 앉아있으면서 아이들과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역할이었다. 몇몇 아이들은 큰 토끼를 보고 무서워서 울기도 했다. Nicole은 집에서 미리 받은 토끼 복장으로 갈아입고, 할아버지 차를 통해 몰래 행사장까지 이동했다.

  그날, 꼬마 아이들이 바구니를 들고 동시에 달걀을 찾으러 돌아다닐 때는 재미있었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달걀을 아주 쉽게 놓아두는데,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은 완전 제 세상을 만난 듯 신나서 뛰어다녔다. 옆집에 Sam이라는 2학년 남자아이가 사는데, 얘는 달걀을 거의 30개나 찾아서, 나한테도 캐러멜 3개를 선물해 주었다. 우리는 여기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Easter Bunny행사를 경험해 보았는데, 날씨도 그런대로 좋았고, 개인적으로 Bunny를 알고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그 다음 날은 부활절이었고, 아침에 선물을 받았다. Heidi가, 아니 Easter Bunny가 우리 셋을 위해 선물 바구니를 각각 주고 갔는데, 우린 중, 고등학생이기에 초콜릿 이외에 다른 선물들도 들어있었다. 동생들 바구니에는 화장품이, 내 바구니에는 미국식 티셔츠 두 개가 들어있었다. 여러 종류의 초콜릿도 많이 들어있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금방 다 먹어버렸다.
  그 날 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친척들이 나의 이모뻘 되는 Holly집에서 모였다. 할머니와 삼촌의 생일파티를 하기 위해서이다.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케이크를 먹었다. 생일파티 노래도 역시 불렀다. 식사가 끝나고 남는 시간에는 사촌동생과 같이 달걀 찾기 놀이를 했는데, 토요일 날 했던 것과 비슷했다. 부활절에 아이들이 순서를 정해서 한 명이 여러 달걀을 집 곳곳에 숨기고(밖에서 하기도 한다), 다른 한명이 바구니를 들고 찾는 놀이이다. 빈 플라스틱 달걀들로 했는데, 옛날에는 이 놀이를 실제 달걀로 했다고 한다. 한번은 Heidi가 놀이를 하다가 달걀 하나를 까먹고 못 찾았는데, 나중에 썩은 채로 발견 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나의 미국 부활절 문화 체험을 마쳤다. 한국에서는 부활절에 예수님의 부활과 생명을 상징하는 의미로 삶은 달걀을 주고받는데, 오히려 미국에서는 초콜릿을 주고받아서 인상 깊었다. Easter Bunny 덕분에 여름 티셔츠도 두벌이나 받았고, 많은 초콜릿도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건 참 잘 하신 것 같다.^^    
-Apr19,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