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국에 2009년 1월 17일 토요일 날 도착했다. 주말 내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나를 소개하는 일로 보낸 듯하다. 다음 월요일이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념하는 국가 휴일이기에, 나는 학교가기 전 하루를 더 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날에 나는 학교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로 갔다.

  학교 준비물을 살 때는 미국 학교의 수업 방식을 알아야 한다. 나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 들을 알려주었다. 미국 학교와 한국 학교의 큰 차이점 중 하나가 교과서이다. 한국은 새 학년이 시작되면 각자에게 새 책을 주지만, 미국에서는 학교 교과서만 있고, 1년 간 빌려주는 개념이다. 책 앞에 보면, 그 책을 사용한 선배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당연히 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책 속에 필기를 할 수 없고, 그래서 아이들은 보통 적을 수 있는 공책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과목마다 다르게 작은 파일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 나와 내 동생처럼 그냥 큰 바인더를 사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다 귀찮은 아이들은 필요할 때마다 빌려서 쓰기도 하지만. 어쨌든 구멍이 3개 뚫려있는 종이묶음을 사든지, 그냥 노트를 여러 개 사던지, 무언가 쓸 수 있는 게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계산기 문제인데, 사실 나는 미국에 오기 전에는 암산으로도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뭐, 내가 듣고 있는 Algebra2 시간에는 계산기가 없으면 도저히 문제를 풀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답에서 숫자가 간단하지만, 여기는 소수로 복잡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수학책에 보면, 계산기를 쓰지 말고 풀라는 문제들이 있는데, 이 문제를 제외하고 다른 경우는 보통 계산기가 필요하다. 수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내가 듣고 있는 수업에는 공학용 계산기가 필요했다. 마트에 가 보면, 계산기 옆에 ‘Algebra1,2용’ 이라고 써져 있는 게 있다. 자기 수준에 맞게 사면 될 것이다.

  꼭 알아야 할 것은 이 두 가지 정도이다. 그 외에, 만약 사립학교로 가게 된다면, 학교에서 입을 수 있는 옷도 알아봐야 한다. 내가 알기로 공립학교는 복장이나 머리가 모두 자유지만, 사립학교는 때에 따라 규정이 있다. 나는 기독교 사립학교에 다니는데, 여기는 복장이 많이 까다롭다. 윗옷은 상표나 무늬가 없는 단색 옷을, 바지는 검정, 카키, 흰색의 튀지 않는 면바지를 입어야 한다. 물론 학교 셔츠는 허용되며, 벨트는 필수이다. 나는 오기 전에, 미국은 교복이 없고 복장도 당연히 자유로울 거라 생각했기에 그냥 입던 옷들을 챙겨갔는데, 아니었다. 그래서 살 게 많았다. 오기 전에,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거나, 호스트 패밀리와의 메일을 통해 어떤 옷이 필요할지 미리 알아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루를 쇼핑하는 일로 보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정말 피곤했지만 다음 날 있을 일을 생각하니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친구들을 만나면 무슨 얘기부터 할 지, 선생님은 어떤 분일지, 수업 분위기는 어떨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겨우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