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0일 화요일. 드디어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이다. 시차 때문에 일찍 잠에서 깼다. 내가 다닐 학교는 Lee's Summit Community Christian School, 줄여서 LSCCS 라고 한다. 사립학교이며, 한 학년에 50명 정도 있는 작은 학교이다. 내 큰 여동생 Andi도 이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아침에 차를 타고 같이 간다. 공립은 학교 버스가 있지만, 우리학교는 작은 사립학교라 엄마 Heidi가 매일 아침 태워주신다. 1교시 시작시간은 8시. 하지만 그 날은 시간표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학교에 갔다.

  먼저 교무실에 계시는 카운슬러에게 갔다. 카운슬러는 학교마다 다 있는 걸로 아는데, 학생 진학상담이나 시간표 짜는 일을 담당한다. 나이 드신 여자 분이셨고, 인상이 좋으셔서 처음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미국에서는 한국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자기 반이 뚜렷이 없다. 그래서 매 시간마다 그 선생님이 있는 반으로 찾아가야 한다. 또 쉬는 시간이 우리학교는 5분, 공립은 4분밖에 안 돼서, 복도는 항상 분주하다. 우리는 매일 똑같은 시간표로 수업하는데, 공립은 잘 모르겠다.
  락커(Locker)도 받았다. 158번. 이게 참 유용하게 쓰인다. 복도에 있는 사물함 같은 건데, 되게 커서, 외투, 운동가방, 책, 노트 등을 넣어둔다. 물론 어떤 아이들은 거의 쓰레기통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 참고로, 처음에 락커 자물쇠 여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3개의 숫자 조합을 받는데, 시계방향, 시계반대방향, 시계방향이다. 숫자사이에는 0을 한번 지나야 한다. 기억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ㅋ

  20여 분 고민 끝에 내가 짠 시간표이다. 매일매일 똑같이 수업해서 외우기 쉽다.
  1교시 생물. 우리학교는 작은 학교라 10학년은 생물을 배워야 한다. 책도 엄청 크고, 단어도 무지 어렵다. 이 시간에 전자사전이 없으면, 항상 난감하다.
  2교시 영어. 첫 날부터 영어로 된 오디세이 책을 받았다. 한국말로도 읽기 힘든 책을 영어로 읽으려 하니 짜증부터 났다. 그래도 선생님께서 특별히 불러서 내용 정리도 해 주시고, 요약된 책도 빌려주셔서 다행히 따라갈 수 있었다.
  3교시 수학. 나는 Algebra2를 배우는데 원래는 11, 12학년이 배우는 과정인 듯하다. 사립학교라 그런지, 진도를 빨리 나가서 나는 오히려 좋았다. 지난번 글에서 말했듯이 계산기가 필요해서, 계산기를 사기 전까진 조금 난감했다; 그래도 이 시간이 지금은 가장 쉽고, 여유 있다.^^
  4교시 미술. 정확히 말하면 Design이다. 숙제가 없고, 수업 시간에만 열심히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서 좋다.
  5교시 음악. 정확히 말하면 Choir이다. 합창반인데, 나는 1st 베이스로 들어갔다. 선생님께서 직접 선곡하시고, 악보를 나눠주신다. 교내, 교외에서 콘서트 같은 것을 열기도 한다.
  점심시간. 우리는 강당에서 배식을 한다. 좋은 점은, 점심 메뉴가 여러 개 있어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Regular 식사는 양이 많지 않아서, 추가로 더 받을 경우 돈을 더 내야한다. 처음에 식사자리를 잘 잡으면, 이 시간에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다.^^
  6교시 성경. 기독교학교다 보니, 매일 성경을 배운다. 물론 영어로 성경을 읽기는 어렵지만, 성경인물들은 나름 친숙해서 나쁘지 않다. 만약 성경 과목을 배우게 된다면, 'Bible Gateway‘ 라는 사이트를 기억해 두면 좋을 것이다.
  7교시 미국 역사. 미국으로 오기 전에 조금 자세한 역사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여기저기 개입한 일이 많고, 교과서가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거의 현대사를 배우는 듯하다. 6.25전쟁 이야기만 해도 1페이지 가량 나온다.

  이렇게 7교시까지 수업을 다 하고나면, 3시에 학교가 끝난다. 다시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 Heidi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첫 날은 선생님 얼굴과 반의 위치를 익히고, 친구들을 사귀는 일로 보냈다. 사립이라 그런지 심하게 노는 애들이 없고, 친구들이 대부분 착해서 말도 많이 걸어주고, 수업시간에도 많이 도와주었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조금은 벅찬 하루였다.